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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 제인 (2022)
    영화 2023. 3. 19. 23:17

    스포 ⭕ 헛소리 
    개인의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감상이 전부인 관계로 읽기전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문제시 내가 또 실수를,,,

     

     

     

    1. 금발이 너무해

    어릴 때부터 영화를 자주 보던 사람이 아니었다. (내 인생에서 영화 열심히 보던 건 대학 다닐 때 그 중에서도 딱 반년 뿐임)

    그런데 그런 나에게도 인생영화란 게 있으니 바로 '금발이 너무해'. 내가 살면서 유일하게 n번 돌려본 영화다.

     

    '혼자 잘 사는 멋진 여성'. 어렸을 때부터 이 키워드에 환장했는데 이 영화로 인해 그렇게 된 건지

    그도 아니면 '~ 여성'에 대한 동경으로 이 영화를 그렇게 좋아한건지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지만

    좋아하는 영화를 꼽으라고 하면 단번에 이 영화를 떠올리고, 헐리우드 배우 얼굴은 하나도 구분 못하는 (사실 한국배우도 비슷함) 눈이지만 리즈 위더스푼만큼은 알아보는 팬심을 갖게 됐다.

     

    콜 제인을 보고 나서, 나는 금발이 너무해를 떠올렸고 엘리자베스 뱅크스의 이름을 뇌에 새겼다.

    이게 바로 사랑이 시작되는 증거겠지...

     

     

    2. 조이

    주인공 조이는 전형적인 백인 중산층 주부의 삶을 살고 있다.

    금발로 염색한 머리, 언제나 예쁘게 셋팅된 옷차림.

    사랑하는 가족과 가꿔야 할 가정이 있으며,  잘 나가는 남편을 따라 사교모임에 나서거나 이웃 친구와 낮술을 즐긴다.

    특별한 날엔 감사와 행복을 담아 기도를 올리는 (물론 기도자는 남편임) 세상의 어둠이라곤 하나도 모를 것 같은 햇살캐 그 자체

    아마 그녀의 인생을 뒤바꾼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렇게 꽤 괜찮은 트로피와이프로서의 인생을 살아갔을 지도 모른다.

     

    임신으로 인해 자신의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살아가려면 아이를 낙태해야 하는데

    그 성별로만 구성된 낙태 허가 회의체는 낙태를 허락해주지 않는다. 아무리 목소리를 내면 뭐해, 그들은 조이를 철저히 무시한다.

    자신이 살아 움직이는 인격체가 아닌, 뱃속 아이를 세상에 내놓기 위한 임신 기계 그정도로 보인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조이는 더이상 예전처럼 지낼 수 없게 된다.

     

     

    3. 제인

    '누구나 제인이 될 수 있다.'

    제인을 **로 바꿔 표현하면 그렇게 생소한 표현은 아니다. **은 당신의 여동생일 수도 있고 직장동료일 수도 있고 여자친구일 수도 있다.

     

    다만 제인이라는 집단이 가진 특성은 꽤나 신선했는데,

    영입방식이 꽤나 막무가내 제멋대로인데다, 내부에서 운영방식을 두고 꽤나 험한 소리가 오가기도 한다. 불법 의사에게 돈을 퍼다주기도 했다. 과격하고, 주먹구구식이며, 법보다 주먹이 먼저 나간다. 가끔은 호구같기도 하다. 

    그치만 오히려 좋아. 모든 여성운동은 완전무결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을 허물어준다. 또 생각을 하게 한다. '나도 제인이 될 수 있겠구나'.

     

     

    4. 남편

    조이가 남편의 연설문을 첨삭하는 것을 '일'이라 말하자, 친구가 '그건 네가 돈 버는 게 아니잖아'라며 웃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 맨 처음엔 그 부분을 보면서 뭐야, 내가 일이라고 생각하면 일인거지 왜 무시하냐... 생각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면 남편과 자식의 비지니스를 자기 일과 자기 커리어로 동일시해도 결국 자신에게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장면, 딸이 만든 음식으로 저녁을 먹는 조이의 가족.

    꽤나 다정한 아빠이기도 한 조이의 남편은 망스멜이 풀풀 풍기는 딸의 음식을 맛있게 먹어줄 줄 아는 스윗가이지만 딱 거기까지다.

     

    집에서 요리하고 가사일하는 아내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

    아내의 지적능력을 인정하고 자신의 일을 맡기는 사람.

    딸이 학교에서 맛있는 햄버거 만들기를 배우길 바라는 사람.

     

    남들이 보기엔 쏘 가정적 쏘 다정한 백점짜리 남편이지만 사실 뜯어보면?

    아내가 밥 안해놓고 집에 없으면 짜증낸다. (정작 본인은 그릇이 어디있는지조차 모름)

    자기 연설문을 멋지게 고쳐주는 아내가, 대학까지 나온 아내가 집안에만 틀어박혀있는 게 아까운 일이라는 건 알지 못한다.

    그 연장으로 딸이 학교에서 맛있는 음식 만들기 대신 본인처럼 법이나 정치를 배울 수 있다는 가능성까진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아내가 낙태조직의 큰손이라는 걸 받아들이지 못해 옆집 이웃에게 키스를 갈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남편의 바람이 이 영화에서 이렇게 중요한 내용인가? 생각하기는 했는데 그와 동시에 이 '꽤괜' 남편 또한 유니콘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줘서 좋았다.

     

     

    5. 쥐새끼들

    나름 중요도 순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사실 인상깊었던 순으로 쓰자면 이게 1번이었을 거다.

    다른 영화에선 집어주지 않은 부분이라 너무너무 흥미롭게 봤음

     

    사실 영화는 조이가 '있는 사람들의 파티'에서 시위 현장을 마주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우아한 음악이 흐르는 파티장을 잠깐만 벗어나면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다니 이 사회의 양극단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그 장면을 보고 있을 땐 몰랐다. 기득권이 아닌 사람들의 시위에도 계층이 존재한단 걸. 그 장면에선 오로지 남자들의 목소리만 들렸다는 걸.

     

    또 하나. 불법 의사. (이름조차 생각이 안 나네)

    제인이 고용했고, 여성을 위해 일한다지만 사실은 자기 주머니 채우기에 바쁜 쥐새끼들.

    현실에도 이런 경우가 많잖아. 여자를 위한 일이라고 하는데 돈은 남자가 번다. 혹은 남자가 유니콘이 되고 영웅이 된다.

    금이 간 건물, 더러운 수술대. 조이가 침대 시트를 정리하자 그럴 필요 없다고 딱 잘라 말하는 그남.

    편안한 분위기에서 깨끗이 소독된 기구로 여성을 대하던 조이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물론 영화에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엔딩부분에선 갑자기 급전개가 일어나서 이렇게 후루룩 넘어간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인생 영화라고 하고싶은 건, 영화를 보는 내내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지금도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싶고 더 많이 남기고 싶어서 오히려 말을 신중하게 고르느라 진도가 안 나갈 정도.

     

    낙태 반대자들이 곧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당신은 미래의 베토벤을 죽였느니 뭐 그런 말들.

    그런데 콜 제인을 보고 나서 알았다. 미래의 어떤 존재를 살리자고 지금 눈앞의 수많은 영웅들을 죽일 필요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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