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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tro Ruffo - Ahthropocene 인류세 人類世, 다울랭 갤러리전시 2023. 2. 12. 13:22
미술지식, 배경지식 하나 없이 관람하고 개인적인 느낌을 정리하는 포스트입니다.
개인의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감상이 전부인 관계로 읽기전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문제시 내가 또 실수를,,,예술은 모두 시대를 담고 있다.
현실 참여적 성격이 짙은 작품이 아니더라도,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기에 공감할 수 있는 사소한 부분이 보인다.
이날 본 전시 중 두 가지나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걸 보면, 이 시대는 지금 자연을 주시하고 있고, 그래야 할 타이밍이구나 싶다.
전시작은 기본적으로 비슷한 표현방식을 가지고 있다.
제각각의 모양을 가진 여러 개의 그림이 겹쳐진 형태로, 레이어 세 개 정도를 쌓아 입체감을 주었다.
각 레이어는 옆에서 보면 핀으로 이러이러하게 고정이 된 형태.
이토록 섬세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이미지를 찬찬히 뜯어보면 조각의 모양과 내용물(이미지)에는 딱히 연관성이 없다.
뭔가 특정한 물체의 아웃라인을 딴 것 같지도 않고, 내부 이미지를 고려해 자르지도 않았다.
거대한 자연 위로 인간에 의해 무언가가 덕지덕지 덧붙여진 모양이라구 해야하나. 그림 곳곳에 보이는 붉고 푸른 불(또는 피?)이 그림 속 공간이 어떤 상태인지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듯 하다.
우리의 이기심은 자연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사용하게 하였다. 인류세라는 용어는 지질 시대를 바라보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인류의 종말을 야기하지만, 결단코 지구의 종말을 초래할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피에트로 루포-
지구의 나이... 확실하게 알려진 건 없지만 몇천 년부터 몇억 년 사이를 오가는 그 기간동안, 인류가 본격적으로 활동한 근 이천년이 한 개의 지층으로 남는다고 표현할 정도로 인간이 이 세계에 강력한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단어가 '인류세'라고 한다.
하지만 이 사상 자체가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사고로, 자연 입장에서 보면 '인간... 너 뭐 돼?' 같은 느낌일 거라는 거지 (생각해보니 그렇네)
인간은 세상 이곳저곳을 개발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이미지로 대체하고 있고 그것이 때로는 자연을 힘들게 하지만, 가장 큰 배경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류세가 가진 한계처럼 느껴진다.
인상깊었던 부분. 그림 조각을 화면에 고정하는 과정에서 핀을 사용했다.
그런데 아마 핀이 보이지 않게 작업할 수도 있었을텐데 굳이 관람자의 시선에 보이게 꺼내놓는 건
이 화면이 누군가에 의해 인공적으로 조작, 구성된 화면이라는 걸 말해주는 듯 느껴진다.
영미 국기 위로 올라온 잠자리들.
가지런히 줄 맞춰 늘어진 모습이 옛날 잠자리 박제를 보는 듯 하다. (물론 나는 만든 적 없음 다른이유 때문이 아니고 곤충 무서워서 못만짐)
어떻게 보면 인간이, 순전한 인간의 욕심으로, 자연물을 박제해 버린 순간부터 이 인류세가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지구 온난화때문에 잠자리 보기도 힘들다던데 ...
전시를 고른 건 '인류세'라는 제목과, 언뜻 본 메인 작품의 화려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문명, 그리고 디지털 숭배단에 가까운 나로서는 오히려 이 세상의 유토피아적인 이미지를 상상하고 전시장에 들어섰더랬다.
실제로 작품은 매우 섬세하고 정교하게 작업되어 있어 언뜻 보면 잘 만들어진 공예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전시장에 들어가 작품을 직접 보고 해설을 읽으면서 작품에 담긴 그림자를, 파괴되는 존재를 더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이 만든 낙원에는 그림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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