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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Mangold - Paintings and Works on Paper, 페이스갤러리전시 2023. 2. 12. 12:27
미술지식, 배경지식 하나 없이 관람하고 개인적인 느낌을 정리하는 포스트입니다.
개인의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감상이 전부인 관계로 읽기전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문제시 내가 또 실수를,,,사실 이 전시를 보러 가야지! 생각하고 온 건 아니었다.
인터넷에서 Maya Lin 전시 정보를 보고 궁금해서 온 거였는데, 와보니 그 전시는 1층이고 내가 생각했던 2~3층 전시공간엔 다른 전시가 진행중? 그러면 온 김에 그것도 봐야지 싶어서 같이 보게 된 것
전시기간도 똑같고, 전시회장 입구에 세워진 전시 안내 패널도 1층 전시와 윗층 전시를 같이 나열해 놓았다.
맨 처음엔 대체 왜 이렇게 했을까, 단독 전시 같은 느낌이 안 들지 않나 싶었는데
1층 전시를 다 보고, 이제 2층으로 넘어가서 전시를 보다보니 왜 이 두 전시를 같이 묶어놓았는지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두 전시 모두 인간이 정한 '경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2층 전시관 앞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장면
개인적으로 이 순간 이 광경이 인상깊어서 한 장 찍어둠
단정하고 정갈한 갤러리 분위기와 작품이 잘 맞아 떨어지는듯 함
이 작품 (Plane Structure 9) 을 포함해 전시작들 대부분이 간결한 표현방식을 가지고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 그리고 가끔 등장하는 연필 드로잉선.
그런데 작가의 작품이 인상깊게 느껴지는 이유는 '인간이 으레 생각하는 프레임'를 무시한 캔버스 덕분이다.
Framed Square with Open Center
누군가가 캔버스 가운데를 도려내 갔습니다... 사실은 처음부터 없던 공간이지만요
그림을 멀리서 바라보면 사방으로 직선이 그어져 있고, 잘 이으면 원이 될 것 같은 곡선이 그 안을 뱅뱅 돌고 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직선은 사실 연필로 그은 드로잉선이 아니라 캔버스와 캔버스를 이어붙인 경계선 정도 된다.
이 선을 노출하지 않고 붙이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굳이 포함시킴으로서 경계선 또한 작품의 일부가 되게 만들었다.
Distorrted Square Within a Circle (아니 지금보니까 사진 되게 근시있는 사람처럼 찍혔네 맞는말이긴 한데)
원 안에 들어있는 찌그러진 사각형
작품 주제에 대한 감상과는 상관없는 이야기긴 한데, 작품 제목을 모를 땐 '음... 원 안에, 사각형이 있군.' 하고 넘어갔었다.
그러다 작품 제목을 보고 다시 보는데 사각형 앞에 'Distorrted'가 붙어 있는 거임.
분명 엇나간 부분을 보고서도 대충 사각형이라고 퉁쳐서 넘어갔는데 제목에 그 엇나감이 똑똑히 명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뭐랄까...
나: 오... 사각형이 좀 어긋낫네 작품: (기대중) 나: ㅇㅋ 대충 사각형으로 쳐줌 작품: 🥺 작품: 아냐 이건 그냥 사각형이 아냐 이런 느낌이었다고 해야하나... 나의 호의(이자 얼레벌레 정신)이 작품의 본질을 오히려 흐리게 만들었군...
마야 린의 전시가 '세상의 경계는 뭐라고 생각해? 사실 그건 네맘대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란다'라고 한다면
맨골드의 전시는 '작품의 경계는 뭐라고 생각해? 사실 그건 네맘대로 정할 수 있는 거란다'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
경계가 없는 것과, 경계가 있는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후자에 대해서도, 여백이 있는데 남기는 것과 아예 여백을 없애버리는 것 두가지 사이에도 분명 다른 감상의 지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함.
작품은 모든 작업공간을 다 활용하되, 여백을 남기지 않음으로서 오히려 작품의 경계선을 확실히 한다는 느낌을 준다
이제 그게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직사각형이 아니라 더 재미있는 거지
Red/Yellow Extended Frame
맨처음 봤을 때의 시각적 자극도 대단했는데, 제목을 보고 나면 또 한번 곱씹게 되는 작품
제목에서 말한 Frame이 어디를 말하는 걸까? 아마 자석모양으로 생긴 색칠된 부분이겠지만, 굳이 따지고 보면 안쪽의 뻥 뚫린 공간을 frame이라고 해도 말은 되지 않나? ㅎㅎ
캔버스 내부에 드리운 그림자마저 작품의 일부가 된다.
3 Frames: A, B, and C
이게 파스텔로 그린 거라고?
보통 파스텔 작품을 생각하면 경계없이 흐트러진, 스며드는 것 같은 모양의 그라데이션이 먼저 떠오르는데
이 작품은 그런 기존 파스텔 작품과 다르게 또렷한 경계선이 인상깊었다
(알고보면 내가 알던 파스텔이 아닌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Green Ellipse / Gray Frame
그림의 경계는 절대 직사각이 아니구나, 하는 걸 제대로 느낀 작품
사실 웃기고 쪽팔린 말이지만 맨 처음 Ellipse를 Eclipse로 잘못 읽어서, 여백에 대한 생각을 좀 했었다.
일식이고 월식이고 결국 본체의 모양이 사그라드는 게 아니라, 원래 프레임(원형)은 가만히 있는 상태로 그림자(여백)만 조절되는 거니까
(마치 🌒 이모지가 보여주는 것처럼)
전시 작품들은 굳이 비유하자면 ... 원형 달에 그림자지는 게 아니라 아예 달을 초승달 모양으로 잘라버리는 거지 (??)
전시 메인작품 Attic Series V
Red/Whire Zone Painting Ⅱ
보통은 말이지 빨강-하양-빨강이 세 개의 캔버스에 나뉘어 그려져있다고 하면 당연히 캔버스 하나 당 색을 하나씩 놓고 거기 맞춰 그릴 것 같은데
이 작품은 캔버스의 경계와 색깔의 경계가 달라서, 세상이 으레 생각하는 경계 대신 자신의 영역을 밀고 나가는 작가의 줏대가 느껴진다
내 자리는 내가 취한다 (소리꾼 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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