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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 서울시립미술관전시 2023. 3. 5. 18:01
미술지식, 배경지식 하나 없이 관람하고 개인적인 느낌을 정리하는 포스트입니다.
개인의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감상이 전부인 관계로 읽기전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문제시 내가 또 실수를,,,거의 전시 시작하던 순간부터 와야지 와야지 생각했었는데 항상 더 급한 다른 전시들에 미루고 미루다 결국 일주일 남기고 왔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서울시의 주말 집회풍경을 뒤로하고 방문한 서울시립미술관
1층 통째, 그리고 2층의 전시실 하나를 자유낙하가, 2층의 또다른 전시실 하나는 상설전시 하나와 기획전시 하나가 나눠쓰고
3층은 이따 또 쓸 거지만 3분의 행복 전이 쓰고 있다.
집중력 안배 문제로 대충 보고 나왔는데 나중에 꼭 다시 와서 천경자 기증 상설전시 봐야지... 전시회장과 작품이 주는 아우라가 너무 좋았다
진짜 리프레시 되는 느낌. 여러모로 자극되던 순간
사실 전시의 첫 장은 이야기의 조건 - 너머의 내러티브이지만 순서를 조금 앞당겨서 정원 이야기를 먼저 해야한다. 왜냐면 내가 이 이야기를 가장 먼저 봤기 때문임.
내가 그때 본 글이 정확하게 이건 아니었는데 일단 첫 문장은 동일하고 그 문장이 곧 주제 문장이니까 넘어간다.
스미스는 본인의 작품활동에 대해 '정원을 거니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면서 배회하는 움직임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이는 뚜렷한 목적지를 향한 직진이 아닌, 같은 공간을 반복적으로 맴도는 방랑자의 걸음을 상징한다. ... (후략)보통 전시회장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는 아마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직선으로만 구성된 깔끔한 벽,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고려한 시야와 레일 위를 걷는 듯이 정해진 관람 흐름.
그런데 전시회장에 처음 들어와서 한 생각은 '일관성이 없다' 였다.
회화와 판화, 사진과 오브제 등 표현방식도 제각각이고 (물론 모범적인 관람흐름이 있겠지마는) 다른 전시회장에 비해 관람 이동 루트가 뚜렷하지 않다. 당장 문앞에 들어서면 작품이 180도 시야에 깔려 있어서 어떤 걸 처음으로 보게 되는지도 사람마다 다를 것임에 분명하다.
이런 전시구성을 통해 다양하고 자유로운 흐름으로 전시를 볼 수 있게 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작품명을 알기 전과 후의 감상이 아예 달라진다.
알기 전: 음.. 여자 사람이군... 스트레이트 체형이신가...
→ 작품명 '메두사' : 헉 이게...?
메두사라는 인물, 아니 사람이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존재에 대해서 지금껏 본 이미지는 1. 겁나 예쁘고 화려한데 2. 머리에 뱀을 주렁주렁 달고있는 모양이다. '사람이 맞는지는 모르겠는데'라고 굳이 말을 붙일 만큼 인간 외적인 부분이 강조되어 나타난다.
그런데 작가는 말한다. 메두사의 본질은 아주 평범한 인간이라고. 뱀 머리 이전에 우리와 똑같이 팔 있고 다리 있고 눈코입 있는 그냥 인간.
그외 회화 작품을 보면서 가장 처음 한 생각은 '작품이... 예상하고 온 것 이상으로 어렵다' 였음. ㅎㅎ
보통 전시를 보다 보면 아무리 어려워도 균일한 지점이 보이고 그 부분에서 의미를 찾으면 어느정도는 가는데
입장해서 이 작품까지 오는 동안 비슷한 작품이 하나도 없었다. 작품 자체도 기존의 규격에 들어맞지 않는 아주 자유로운 모양새임.
그래도 그 중에 좀 인상깊었던 작품을 고르자면 <전환 Shift>이 있다.
왼편에는 새장이 몇 개쯤 매달려있는데 그 새장 안에 당연히 있어야 할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오른편에는 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있다. 안경을 쓰고 윗옷 바지 신발까지 야무지게 갖췄다.
구속하는 것 없이 텅 비어있는 새장과 다르게 의자에, 안경에, 의복에 꼭 들어맞아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전환shift 이란 제목은 사실 생각의 전환, 시선의 전환을 말하는 거였나 생각했다.
<나는 들어갈 공간이 충분히 있도록 나 자신을 비워 뒀다I Put Aside Myself That There Was Room Enough to Enter>
노래가사같은 제목에 시선이 가면 그 의미가 궁금해서라도 작품을 한번 더 보게 된다.
주어진 해설이나 설명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보고 생각했을 땐 한 할머니의 몸에서 젊은 시절 그녀의 영혼이 빠져나오는 이미지로 해석했다.
아마 제목에서 생략된 부분을 채워 본다면 '젊은 날의 내가' 들어갈 공간이 있도록, 어린 시절의 반짝임을 잊지 않으며 살아왔다... 이런 뜻 어때
<가슴Bosoms>
내 심장이 .. 내 마음이.. 내 가슴이 너만 찾아... 뭐 이런 의미가 아니라 정말 생물학적인 가슴을 뜻하는 Bosom이다.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좀 더 입체감이 살아서 훨씬 더 직관적이고 동시에 쩜 크리피함 ^^;
그런데 이 크리피하다는 감상이 아예 틀린 건 아닌게, 이따 말하겠지만 작가는 여성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지만 그렇다고 여성성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성적 특성을 가진 무언가보다 날것의 자연인같은 쪽에 가깝다.
위에도 이미 쓴 말이지만 전시작의 폭이 굉장히 넓다. 소재에서나 표현방식에서나.
위 두 작품이 신기한 점은 둘 다 은으로 만든 작품인데, 한 쪽은 무광에 종이같은 뻣뻣함이 보이는 반면 다른 한 쪽은 반질반질 은박지같은 유광재질이다.
근데 이상하네 왼쪽작품 보면서 어딘가 사슴이 풀뜯어먹는 하얀 세상 같다... 겨울인가 생각하다 제목을 본 기억은 있는데 정작 제목을 안 써놨음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전시작 지도를 봐도 나와있지가 않음
왼쪽은 작가의 고양이 진저.
작가가 키우던 고양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 고양이의 죽은 몸을 들고 그대로 스튜디오에 가서 그 실루엣을 스캔하고 작품으로 남겼다고 한다.
왼쪽을 봤을땐 호오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던 걸 다음다음엔가, 작가가 똑같은(비슷한) 자세를 하고선 본인도 그대로 스캔해 작품으로 남긴 걸 보고서, 그때서야 두 작품이 인상깊게 느껴졌다.
그 이후로 오른쪽의, 작가의 머리카락을 이용해 (대충 머리카락에 물감을 묻히고 작가가 누워서 머리를 붓삼아...) 완성했다는 작품까지 보고 나서 이 작가는 자신의 모든 것을 이용해 예술을 만드는구나. 자신의 몸도 머리카락도 반려동물도. 그런 생각을 했음
작가가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나비를, 박쥐를 그리고 거북이를 표현한다. 해당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필요한 몇가지 특징은 드로잉 및 콜라주로 대신한다.
온 몸을 다 사용한, 역동적이고 과한 동작을 보면서 느껴지는 건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이라기보단 원하는 이미지를 위한 인간의 욕망 그 자체 쪽이다.
이제 여기서 순서를 조금 바꿔, 전시 마지막쯤에 있던 <라스 아니마스>를 끌고 와 본다.
인체의 여러 부분 또는 전체를 소재에 주로 사용한 만큼 작가의 전시에는 여성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작품 속 여성의 이미지는 아름다움보단 다른 것을 보여준다고 위에서 썼다.
그런데 그냥 인간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좀 아쉬운 지점이 있다. 여성을 넘어 인간으로 보기에도 뭔가 어색하다.
인간에서 사회화가 되지 않은 단계, 그러니까 그냥 본능 그 자체. 작가가 보여주는 이미지는 그쪽에 더 가까운 듯 함. '영혼'이란 단어의 어원이 '동물'에 있다는 건 그 생각을 좀 더 확실히 정리해준다.
회화나 사진 말고도 다양한 오브제가 있었다.
일관성은 없지만 시선을 끄는 다양한 오브제들을 보면서 그냥 이 전시회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인프피 인스타그램이 아닌가 생각함
아니 물론 작가님의 엠네글자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지만서도 유명한 인프피 연예인들에게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인프피의 감성 피드.란 이런 게 아닐까 싶어지는거다
붉은 스카프를 두르고 걸어가는 여성, 그리고 그 스카프를 입에 물고 있는 짐승
이 외에도 다른 작품에서 빨간망토 소재가 곧잘 등장한다.
제목이 <진저와 고양이>다.
분명 나는 고양이 이름이 진저라는 걸 아는데 왜 진저는 고양이가 아니고 진저와 고양이인가.
그 이유는 작가가 연출하고 있는 게 고양이이기 때문이겠지... 진저는 이름을 가진 개체로 존중해주면서 본인은 이름없는 동물이 되는 거? 재밌다.
전시회의 제목이기도 한 <자유낙하>
평소엔 32분의 1크기로 접어서 보관하다가, 작품을 볼땐 한칸씩 펼쳐서 열어본다는 감상방식이 재미있다.
한번에 펼쳐지는 것보다 그렇게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게 보다 더 떨어지는 속도감이나 깊이감을 느끼게 해 줄 것 같음
태초의 상태로, 아무 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지면으로 하강하는 것. 작가가 전시 내내 보여주고자 한 날것의 움직임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자 제목
해부학에도 관심이 많아서 인체 장기 관련 이미지도 많이 볼 수 있다.
우측 작품은 제목이 '가진 사람이 임자'다. 완전 맞는 말인데 맞는 말이라 더 재미있었음
인체 소화계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표현한 작품
눕혀서 작업할 땐 창살을 생각하다가 벽에 세워놓고 난 뒤로 열을 발산하는 라디에이터처럼 느껴졌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깊다.
미술이, 그것도 직접 가서 보는 전시가 재미있는 이유는 이거 아닐까. 주변 환경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나의 감상도 달라진다.
왼쪽은 <탄생> 오른쪽은 <황홀>
사슴에서 태어난 여성, 그리고 늑대의 배를 가르고 일어선 여성.
각 동물과 여성 사이의 관계가 제법 재밌다.
<지배 dominion>
해설은 '유리의 반투명한 소재로 인해 새들이 날고있는 하늘의 공간감이 효과적으로 나타난다' 했는데, 글쎄 내 생각은... 창문 유리에 부닥쳐 생명을 잃는 새들이 먼저 그려진다. 그 제목이 좀 더 제목과 어울리는 듯 하고.
장소를 옮겨 2층으로 올라온다. 아래층보단 좀 더 장소와 크기를 많이 쓰는 작품을 가져다놓음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무제> 작품이 회장 분위기를 사로잡는다.
표정은 하나도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 숨막히고 ... 벗어날 수 없는 절망 그런 감정을 느꼈다.
<푸른 소녀>
<붕대감은 소녀>와 동일한 캐스트로 성모 마리아를 만들었다. (이런 게 재밌어... 같은 소재로 다른 이미지를 뽑아낸다는 게)
<하늘> 그리고 <지하>
아까 본 탄생과 황홀이 생각나는 작품이다.
통념상 세상을 지배하던 존재는 그 반대 위치에 있던 존재에게 굴복당하는 구도가
<방문자>
각 이미지가 해, 달 별로 보인다. 제목이 Visitor인덴 이유가 있겠지?
한국 제목은 <실 짓는 이>인데 원어 제목은 Spinner 인게 신기.
혹시 내가 모르는 spinner의 뜻이 있는지 구글로 찾아보는데 개발용어 이야기가 나와서 못본 척 했다.
한국어 제목과 영어 제목 사이의 해석 차이도 재밌긴 한데 일단 이미지가 예쁘다.
수많은 블루프린트 작품들
안에는 다양한 여성 인물상이 그려져 있는데, 저마다 하나 같은 것 없고 마냥 예쁜 것 없고.
오히려 어..? 그... 사회화된 인간 맞으셔...? 스러운 이미지까지 있다. 그녀가 아랫층 전시에서 내내 보여주고자 했던 여성이 가진 날것의 이미지를 한번에 모아놓은 듯 하다.
이거 왜 제목을 못 찾겠지. 이상하게 눈이 간다.
아직 앳돼 보이는 얼굴과 여린 살. 하지만 진심으로 깨문 팔뚝 그런 것들이
늑대소녀를 연상하게 만듦
추가로 전시장 들어서면 진한 향이 느껴지는데 친구 문*가 생각나는 향이다.
그 친구가 숲 냄새인가 이끼 냄새 나는 그런 향수를 매일 뿌리고 다녔는데 그 향에 약간의 시트러스인지 뭔지를 끼얹은 느낌?
개인적으로 이 향이 무척 좋았어서 진지하게 살까 말까 고민을 오백번 하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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