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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전시 2023. 1. 24. 15:03

    미술지식, 배경지식 하나 없이 관람하고 개인적인 느낌을 정리하는 포스트입니다.
    개인의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감상이 전부인 관계로 읽기전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문제시 내가 또 실수를,,,

     

     

     

     

    전시장 내부 사진촬영 불가

    사실 관람하는 사람 입장에선 좋다. 괜히 사진찍는다고 길막히는 일도 피할 수 있고 나 스스로도 사진에 신경쓰느라 더 잘 볼수 있는 걸 놓치는 일도 없고

    하지만 지금와서 감상을 남기려니까 좀 막막함 ^^)b 심지어 전시 작품도 많아서 ... 과연 다 찾아낼 수 있을까 싶은 느낌인데? 이왕 하는거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1. intro

    '그에게 회화는 단지 순진한 낭만주의가 아니라 죽음에 맞서는 삶의 전투이며, 화가의 시대를 이어가고 상징하는 마지막 화가의 사명이다.'

     

    개인적인 일화긴 한데, 학창시절 문학 수업시간에 작은 토론이 일어났던 적이 있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현실참여적 사회고발적 작품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작품 중 어느 쪽이 더 좋은가' 이런 질문이었는데

    전자는 평소 불꽃같고 급진적인 남학우 하나가 손을 들었고 후자는 내가 손을 들었다. (지금 와서 해보면 좀 달라질까?)

    그때 펼쳐진 토론에서 이 전시회의 작가가 같이 있었다고 하면 어느 쪽에 손을 들었을까?

     

    작가는 자연을, 음악을, 사랑을 사랑한다. 그리고 작품은 언제나 즐거운 에너지를 뿜어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작품이 누군가에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기 원한다는 점에서 낭만주의와는 지향점이 다르다.

    전쟁을 피해 한참을 걷던 순간에 예술에 대한 영감을 받았던 작가이기에, 사람들이 자신의 예술로 거친 정글을 헤쳐나올 수 있길 바라는 걸 지도

     

     

    2. 음악

    작가는 즐거움을 사랑한다. 그래서 서커스, 춤, 음악 등 인생의 가장 신나는 순간들을 캔버스에 많이 담아냈는데

    재미있는 점은 단순한 시각의 ctrl+c / ctrl+v 가 아니라 그 안의 즐거운 분위기를 담고자 했다는 것

    그를 위해 '음악의 시각화'를 사용했다.

     

    🔗 출처

    정확히 일치하는 그림은 아닌데 대충 이런 작품이 인상깊었다. <앵발리드의 음악>

    피아노 위로 펼쳐지는 프랑스 국기의 파동은 연주자가 어떤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지, 어떤 분위기인지 소리가 들리지 않는 나에게도 생생하게 현장을 보여준다.

    그 외에도 아예 피아노 위에 아티스트의 망령(...?)이 올라와서 춤을 춘다던가 <스콧 조플린을 위한 오마주 (2017)>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시각화해 나타내는 게 재미있는 볼거리였음

     

     

     

    3. 색상

    🔗 출처

     

    색상이 인상적이다, 원색의 쨍한 색상을 잘 쓰는 것도 있고 대비감도 강하다.

    위 이미지또한 정확히 일치하는 그림은 아닌데 <콘서트 (1958)>

    노랑과 까망의 극단적인 대비감, 그리고 지휘자에게서 뿜어나오는 아우라... 악단 단원들 모두가 지휘자에게 집중하고 있는 그 장면이

    굉장히 극적으로 느껴졌다

     

    사실 보면, 드로잉과 채색이 그렇게 섬세하지 않다. 옛날 고전주의 같은 정교함과 섬세함을 찾는 사람들에겐 '대체 왜 이 작가가, 이 작품이 인기있는 거지...?'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살짝 그런 생각이 들었기도 하고.

    그런데 언젠가 일기에 썼던 내용처럼, 내가 보는 이 장면을 모두가 다 화소 하나하나 따져가며 기억하는 게 아니라 그때의 mood, 그때의 잔상, 그때의 색깔 이정도만 기억한 걸 조합해서 떠올리는 거니까 (실제로 사람은 모든 색상을 다 기억하는 게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있기도 하고) 오히려 채색과 드로잉에 힘을 뺌으로서 더 생생한 분위기를 전달한 게 아닐까 싶다. 

     '어떤 도구를 써도 상관없다. 결과물만 보이면 된다. 그런데 그 결과물은 살아있어야 한다.' 작가의 말은 이걸 노리고 한 말은 아닐 테지만 여기에서도 유효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통제를 포기하는 것은 색의 자유를 허락하는 것

    중간에 한 작품을 보면서 <광활한 하늘의 기마행렬 (2018)> 물감이 흐르는 모양새를 보고 인상깊어 적어둔 일이 있다.

    작가의 이 문구를 보면서 그때 보았던 물감자국이 떠오르면서 확 이해가 가더라구...

    색이 자연스럽게, 자기 내고싶은 색을 내고 가고싶은 방향으로 가도록 내버려두는 것.

    내가 반드시 의도한 색과 구성이 아니더라도 때로는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작가가 말하는 것 같다.

     

     

     

    4.  에너지

    힘, 에너지, 역동성을 사랑하는 작가에게 춤 그리고 말은 정말 좋은 그림소재가 아닐까

     

    🔗 출처

    (역시 전시작과 완전히 동일한 작품은 아님..)

    <장애물 경주 (2018)>

    말들의 움직임, 속도감이 잘 느껴졌다. 바로 옆에 비슷한 구도로 비슷하게 그려진 <훈련 (2018)> 이 같이 걸려있는데,

    분명 표현방식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의 정도가 다르다. 이게 바로 훈련과 본방(경주)의 차이인가 싶기도 하고 ㅋㅎ

     

     

    🔗 출처

    (본작품...아님...)

    <첫눈 (2012)>

    말들의 에너지, 그리고 곧게 뻗은 숲 위로 내리는 눈이 너무 예쁘게 어우러져 내가 이 순간 그림 속 장소에 같이 존재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면 정말 예쁜 드라마를 봤던가

     

     

    5. 파랑

    내게 파란색은 중요해요. 하늘의 옅은 파란색부터 밤의 짙은 파란색까지
    파란색은 마음과 꿈의 색이죠.

    보통 예술에서 파랑의 의미는 우울, 정적, 비현실에 가까운데

    행복, 역동, 현실을 그리는 작가가 파랑색을 사랑해서 이렇게 따듯한 파랑이 만들어졌다.

    긍정적이고 마음이 안정되는, 평화로운 색상들

     

    🔗 출처

    (..아님..)

    <초록색 나무가 있는 숲 속의 빈터 (2018)>

    해석 덕분에 다시 본 작품

    작품들에 숲(정확히는 나무)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게 굉장히 많은데

    그 전까지는 그냥 숲이네, 하고 봤다면 이 작품을 기점으로 숲에서 한가지를 더 보게 됐다.

    시야에 초록 나무 하나가 걸려있는 것 만으로 나와 말들 사이에 거리감이 생기고, 내가 나무 뒤에 몰래 숨어서 말들을 지켜보는 느낌마저 준다.

    이렇게 나무 너머로 대상을 바라보는 작품이 굉장히 많았는데 이게 다 생생함과는 별개로 내가 대상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길 의도한 것 같음

     

     

    6. 사랑

     

    🔗 출처

     

    (이미지와 전시작은 상관x)

    구체적인 이목구비를 보여주기보다 분위기를, 아우라를 보여주는 건 다른 작품들과 결을 같이한다.

    우아하고 서정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 (마치 친구 **이 생각나는)

     

    전시작 중 인상깊었던 작품을 메모한 걸 보니

    <검은 옷을 입은 샹탈 (1964)> 에서 시작해, <앉아있는 여인 (1980)>, <아침 (2015)>,  <주앙 레 펑의 불꽃놀이 (2019)> 까지

    반세기가 넘는 세월동안, 여인의 머리색이 흑발에서 백발이 될 때까지 한 사람만을 그려왔다.

    찰나의 아름다움으로 영감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반평생을 함께하면서 몇천장씩 그림을 그려내도 계속해서 그리고 싶은 대상

    진정한 뮤즈란 이런 것이구나... 그 사실에 좀 감동받았다

     

    옛날에 본 만화에서는 뮤즈를 사랑과 다른 선상에 놓았었는데, 나는 역시 뮤즈(영감)도 사랑의 한 모습같다... 고 작가가 샹탈의 수많은 일상을 크로키로 남겨놓은 것을 보며 생각했다.

    다만 뮤즈와 사랑의 차이가 있다면 그 사이에 예술을 끼워넣을 수 있는가 없는가 정도? 이렇게 정리하는 데엔 뮤즈 샹탈의 인터뷰가 큰 해답이 됐다. "그는 회화이고, 그것을 사랑하죠, (회화와 그를) 분리할 수 없어요."

    '너를 좋아하는 게 ㅇㅇ랑 너 사이에 내가 끼어있는 느낌이야...' 옛날에 봤던 명언인데 (ㅋㅋㅋ) 이런 느낌, 작가와 모델 사이에 예술이 끼어있어도 괜찮은 관계. 이게 진짜 뮤즈의 정의지 않을까 싶다.

     

     

    7. outro

    마지막 섹션은 앞에서 나왔던 작품들의 리마인드쯤 될까? 기존 작품들과 비슷한 구성을 가진 작품들이 걸려있었다.

     

    전시장에 지그재그로 가벽이 세워지고, 그 벽마다 그림이 한 점씩 걸려 있는 모양새였는데

    오랜 전시관람 끝에 가루가 된 집중력 속에서도 굉장히 새롭고 인상적인 배치였다.

    전시동선의 해체에서 오는 일종의 무질서도 매력적이고,

    시선 끝에 연속해서 작품이 눈에 닿으니 전시를 마감하는 나에게 있어 좀 주마등(ㅋㅋ)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전시를 보고 있던 내 앞으로 한 여성분이 가벽과 가벽 사이에 서서 그 너머에 있는 작품을 보고 계셨는데, 그 장면이 너무 인상깊어서

    나도 그분이 가신 다음 그 자리에 서서 작품을 쳐다봤다.

    별거 아닌 그 순간 작품을 마주할 때의 놀라움? 신선함? 이런 기분이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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