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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코 폰타나 - Color In Life, 마이아트뮤지엄
    전시 2023. 1. 1. 17:25

    미술지식, 배경지식 하나 없이 관람하고 개인적인 느낌을 정리하는 포스트입니다.
    개인의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감상이 전부인 관계로 읽기전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문제시 내가 또 실수를,,,

     

     

     

    마이아트뮤지엄. 저번에 왔을 땐 입구가 어딨는지 몰라 아주 살짝 헤맸었는데 (롯데뮤지엄 찾느라 nn분 소요한 걸 생각하면 아주 하찮은 수준이지만)
    이번엔 그래도 저번에 와봤다고 아주 쉽게 찾았다.
    전에 샤갈전 왔을 때도 느낀 건데, 특유의 향기도 있고 전체적으로 전시관 퀄리티가 좋아…

     

     

     


    오늘도 전시장 들어서...고 나서야 작가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연, 도심, 인물, 도로 네 가지로 전시 주제를 나눴다고 하고... '색상과 대비, 색과 구도의 관계'라는 문장이 굉장히 인상깊었음.

     

     

     

     

     

     

    민망하지만 작가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로 냅다 입장하는 사람인지라 사진인지 회화인지조차 모르고 갔다.

    입구 들어서서 소개문 읽고 나서야 사진작품이란 걸 알았는데,

    이게 비단 나만의 잘못(?)은 아닌 게, 작가의 사진은 혹시 회화인가? 싶을 정도로 현실에서 동떨어져있는 느낌이 든다.

    사진인 걸 봐도 이게 정말 사진 맞음? 싶게 현실과 이질적이다.

     


    분명 여기 유니콘이 나타나서 날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기하학적인 추상물을 그려놓은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이유는
    지구 어디에 이렇게 정갈한 풍경이 있는가 싶기도 하지만, 그와 별개로 입체감이 완벽하게 배제된 이미지 덕분이지 않을까 싶다.
    분명 산등성이가 넘치도록 쌓여있고, 지평선 너머로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데 그런 자연들이 종이 위에 한두장 쌓아 그린 것마냥 평면적이게 느껴진다.

     

     

     

     

     

     

    <LANDSCAPE>

    위에서 말한 것처럼 불필요한 것들이 전부 배제된 상태에, 정적이고 추상적인 화면구성은

    엠네글자 과몰입자인 내가 봤을때 작가는 극단적인 I형 인간이 아닐까 상상하게 했었는데

    놀랍게도 이런 사진은 친구들, 그것도 4~5명의 꽤 큰 무리와 함께 돌아다니면서 포착한 광경이라고 한다 (충격)

    그 친구들의 성향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많은 무리가 같이 함께 돌아다니는데 그 속에서 친구들은 보지 못하는, 진공같은 장면을 발견한다는 게 무척이나 신기하고 인상깊었다.

    내가 알고 있는 꼬마 예술가 중에도 그런 친구가 있어서 더 흥미로웠던 것도 맞아 ... 아주 시끄러운 친구들 사이에서 자기 세계를 파고드는

     

    이전에 친구와 함께 갔던 전시회도 생각나고 (그 친구가 내가 보지 못한 걸 알려줘서 함께임에 감동받았다)

     

     

     

     

     

    작품 제목은 거의 촬영지 이름을 그대로 따서 지었는데, <코마키오>를 위해서 수십번 답사하고 촬영을 시도했다고 했다.

    이부분에서 작년 **이랑 같이 간 요시고 전시회가 생각났다. 그 작가도 한 스팟에서 원하는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상당히 오래 존&버 했다고 봤어서...

    같은 공간, 비슷한 구도로 촬영된 두 개의 작품은 하늘과 바다를 지평선 하나로만 구분짓고 있어서, 좀 오바 보태 말하면 사진을 거꾸로 걸어도 잘못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다.

    옛날 천지창조의 순간에 한 요소를 둘로 나누어 각각 하늘과 바다로 만들었다는 구절도 생각나고.

     

     

     

     

     

    비슷한 위치에서 찍은 작품일 텐데 다른 광경을 보이는 것도 신기해 대지는 넓구나

     

     

     

     

     

     

    스마트폰 시리즈가 넘버링 20을 넘어가는 요즘에 맞지 않는 화소일 수 있다. 이런 뭉개짐이 더 작품을 회화처럼 보이게 하는 것 같음.

    작년엔가 본 대림미술관 전시에서 본 어떤 작가가 생각나네... 사물을 극사실주의로 그려낸 회화가 메인이었는데

    폰타나는 반대로 사진을 뭉게고 덜어내서 회화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대칭을 이룬다.

     

     

     

     

     

     

    '흰 도화지에 점을 찍었을 때, 사람들은 점을 보지만 자신은 도화지를 본다'고 작가는 말했다.

    이 시선이 특히 잘 느껴진 챕터가 LANDSCAPE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보면 특징 없고 반복적인 시야에서 이거다 싶은 장면을 골라내는 능력이 대단하다.

    오히려 주제가 주제다보니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은듯한 단조로움이 극대화됐을 때 더 매력적인 듯해

    (여담이지만 오른쪽 작품은 TEXAS 아보카도를 컬러파레트로 쪼개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함)

     

     

     

     

     

     

    <URBANSCAPE>

    사진은 선택의 문제.

    이 구절이 뒷통수 깡 치는 기분이었음

    사진은 회화와 다르게 모두가 같은 장면을 같이 포착해내는 장르니까 어떻게 보면 작가의 개입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만큼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작가가 무엇을 보여주고 뭘 안 보여줄건지에 따라 작품이 갈리는, 작가의 의도가 제일 여실없이 드러나는 장르지이 않을까?

     

     

     

     

     

     

    기본적으로 앞 챕터에서 본 평면적 이미지, 반복적인 구도는 어반스케이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특히 이번 챕터는 아까 잠깐 이야기한 요시고도 생각나고, 그라운드시소에서 본 ... 하 익명의 뭐뭐 그런 전시였는데 그것도 생각나고

    아무튼 요즘 흥행하는 구도와 감각을 어느정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좀 재미있었던 게 있다면

    회화(여기서는 벽화가 되겠다)를 앵글에 포함시키는 방식이 작가 특유의 평면적인 감각과 만나

    이게 사진이 맞나? 싶은 의문을 여전히 들게 한다는 거다.

    이색異色을 이런 식으로 만들어 내네...

     

     

     

     

     

    소개문에도 강조된 색채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내가 태어난 이 나라와 이 도시를 많이 사랑하는 관계로 의도적으로 나쁜 이야기는 잘 안 하려고 하는데

    작가샘이 우리 나라에 태어났으면 과연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도 좀 들었다네요 또르륵 (감*문화마을에 사셨다면 가능했을지도)

    그만큼 독특하고 눈에 띄는 색감 선택이 많다.

     

     

     

     

     

     

    아까 '사진은 선택의 문제'의 연장에서 ... 줌zoom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봤다.

    불필요한 부분은 잘라내고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만 남기는 것.

    그래서 작가의 사진은 뭔가 전체적인 걸 조망한다기보다 손가락으로 한번 확대를 한 것 처럼 일부분만 보여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넓은 시야를 다 보여줄것 같은 랜드스케이프까지도 그렇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계단이나, 저 앞의 빨간 물체(아마 자동차이지 않을까)를 전체적으로 담는 장면을 그대로 담을 것 같은데

    여기서 불필요한 디테일은 다 날려버리고 딱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만 앵글에 담아낸 게 굉장히 흥미로웠음

     

     

     

     

     

     

     

    위의 이미지는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내가 이걸 보면서 와... 작가라면 아마 이렇게 사진찍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즉석에서 몇 장 찍어본 것들

    입체감이 최소화된, 그 반면에 여러 공간의 중첩, 그리고 확대를 통한 불필요한 요소의 제거 이 세개만 신경썼다.

     

     

     

     

    '사진은 스스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내 자신의 일부' ㅡ 이 말을 직접 체험으로 느꼈다.

     

     

     

     

     

     

     

    <HUMANSCAPE>

     

    아까부터 몇번이고 등장한 다른 작가의 이름을 또 말하는 순간이었다. '어... 이건 작년에 본 ... (후략)'

    휴양지의 사람들과 달리 대도시의 사람들은 좀 더 삭막한 분위기를 담으려고 노력했다는데 사실 그런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대신 이런 작은 소주제들이 흥미로웠음

    프레센자 아센자, 존재와 부재.

    ↑ 이 주제를 어떻게 표현해낼까 생각하며 시선을 작품으로 옮겼는데, 다른 게 아니고 '그림자'를 통해

    작가는 아무도 이 작품에 있지 않지만(부재) 사실 누군가가 있다(존재) 는 걸 보여주었다.

    카메라 옵스큐라 이야기는 나름 열심히 읽는다고 읽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작품과 그렇게 연관된 이야기였나 싶긴 해 그래도 흥미롭게 읽었다

     

     

     

     

     

     

     

    미국인들의 일상을 담은 <아메리카나>

    여긴 다른것보다도 페인트 색이 너무 예뻤음... 내가 너무 좋아하는 애매하지만 따듯한 색

    이런식으로 페인트 PPL에 성공하시는군요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았던 건 <프라멘티 시리즈>

    아까 두 번 이야기한 '사진은 선택의 문제' > (발전형) 줌zoom > 의 최종판 정도 된다.

    그렇게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만 극단적으로 남긴 작가의 작품은 사실 현실적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코끼리와 40명의 맹인들 이야기처럼, 일부만 바라봐서는 전체를 알 수 없는 일이니 맞는 말이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이런 표현방식을 추구하는 것은 '사진은 보는 것(사물)이 아닌 생각하는 것(의도)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일 것임

     

     

     

     

     

    작가와의 인터뷰를 보여주는 공간이 있는데, 사진 촬영 금지래서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을 두어개 적자면

    1. 후가공 여부

    사실 랜드스케이프 부분을 보면서부터 이걸 과연 자연적인 능력만으로 포착해낼 수가 있나... 후가공이 들어간 건 아닐까...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내가 인터뷰를 보려고 자리에 앉자마자 인터뷰에서 이걸 물어보더라고. 

    그런데 작가가 하는 말은 '후가공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이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물론 후가공 여부에 대해서는 대답을 하지 않고 넘어간 셈이 되긴 했는데, 나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마술쇼 보면서 팔짱끼고 트릭찾는 한떤존재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너무 부끄러웠음

    그러게, 이 화면에 후가공을 했고 안했고가 뭐가 중요할까. 후가공 여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것도 우스운 일인데.

     

    2. 정체성

    사람들이 자신을 왜 좋아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작가는 말한다. 정체성identity.

    내가 누군가가 되고싶은 게 아니라, 스스로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말.

    오늘 본 '얘네 뭐하는 그룹이야?'인터뷰도 생각나고 아주 덕심에 불을 지피는 순간이었음 (이여성은 모든일을 덕질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병이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말한 '좋은 음악보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음악을 만들고싶다'는 말이,

    전문성이 예술적인 것을 뜻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생각과 일치하는 구석이 있어서 나 또 벅차오르네...

     

     

     

     

     

     

     

    몇개의 층이 겹친 구도를 좋아하는 작가에게 도로는 아주 환상적인 작품 소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섹션에 비해 평면적인 구도를 연출하기 쉬운 이 소재에서, 작가는 질감 그리고 깨짐과도 같은 우연적 요소에 주목한다.

    입체적인 요소는 평면적, 단조롭게 잘라내고 진짜 평면적, 단면적인 요소는 오히려 의외성을 강조하는 게 신기했다. 뭐든지 밸런스가 중요한거지 글치

     

     

     

     

     

     

     

    생각없이 간 전시에서 여러 충격을 많이 받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귀가할 수 있었다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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