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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o Midori - Flow, 가나아트 보광전시 2023. 11. 27. 19:45
미술지식, 배경지식 하나 없이 관람하고 개인적인 느낌을 정리하는 포스트입니다.
개인의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감상이 전부인 관계로 읽기전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문제시 내가 또 실수를,,,
전시회장 도착하자마자 당황한 사연.
언젠가 가나아트 나인원을 못 찾아 나인원 한남을 오백바퀴 돌았던 기억을 되새겨보면 이곳은 그래도 비교적 명확한 위치에, 작지 않은 존재감으로 떡하니 서 있었으나
굳게 닫힌 철문 때문에 순간 ‘오늘… 쉬는날인가?’ ‘혹시 아직 오픈 전인가?’ 등등 오백가지 생각을 하며 갤러리 앞에서 머뭇거렸다.
서울답지 않은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만큼, 다소 올드하고 복작시러운 바깥 분위기지만 두터운 철문 덕분에 그런 외부와 단정하고 차분한 갤러리 내부는 철저히 분리된 이미지를 준다.
다만 그 덕분에 어수룩함과 후줄근함을 달고 다니는 쪼다 외부인은 이곳이 과연 나에게 허락된 곳인지 주저하게 된다. 이건 문제다.
아무튼 결국 전시장 입성에 성공해, 머쓱하게 인사를 하고 난 뒤 가장 처음 만난 그림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신발들이었다.
신발들은 전부 예쁜 여성화이며, 하늘에서 벼락처럼 떨어진다기보단 사뿐하게 날아다니는 이미지다. 아마 실제로 이런 장면을 구현했더라면 한짝한짝 이리구르고 저리 구르는 역동적인 이미지였겠지만, 그런 생동감보단 ‘꾸밈’을 위한 도구로서의 역할을 다 하겠다는 것 마냥 고운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보이는 대형 작품.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마음에 들어서 한참 보고 있었다.
언젠가 본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작품이 생각났다. 제목은 기억 안 나는데 푸른 강 너머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를 발코니에서 바라보고 있는 듯한 작품.
순간 이 작품도 그런 줄 알았거든. ‘깊고 푸른 강 너머에서, 놀이동산마냥 화려한 어트랙션이 펼쳐져 있고 그걸 발코니에서 바라보고 있는’ 장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걸 찬찬히 뜯어보니
어트랙션은 구두이자 가방이고, 발코니는 옷걸이와 드레스였고, 푸른 배경은 강이 아니라 옷장 속이었다.
(사실 옷장 속 장면을 단순화해 표현하는 게 이 작가의 주된 아이덴티티인데 오늘도 예습 없이 간 덕분에 새로운 감상을 얻었다)
이렇듯 옷장 속을 그리되, 일부러 디테일을 살려 그리지 않는 건 묘사를 넘어선 공간의 의미를 추구한 것이라고 함.
‘아름다움’의 의미에서 봤을 때, 의류와 꽃이 가지는 위치는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작가가 꽃에 시선을 두기 시작한 것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꽃도 꽃인데 꽃병의 표현이 좋아서 확대해서 한번 더 봤음이제 옷장이 꽃과 만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매개채로서 상호 작용한다.
옷장에서 꽃으로, 그리고 그 꽃이 옷장에 담기는 작가의 아이덴티티 변화 자체를 ‘흐름’이라는 제목에 담은 건데 작가의 그림 스타일과도 굉장히 어울리는 제목 같다고 생각했다.
위에 옷걸이가 없었으면 옷장인지도 몰랐을 것 같은, 차라리 정원이 더 연상되는 작품들이 이어진다.
옷 속에 꽃이 몇 송이 떨어진 게 아니라, 거대한 자연에 옷이라는 커텐이 한 장 드리워진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이 감상은 해설 없이 작품 보면서 메모해 둔 건데 사실 작가는 꽃을 보면서 자연적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그런 자연적 아름다움을 옷장에 옮겨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서, 내가 작가의 의도에 정확히 다가가고 있었음에 스스로 뿌듯해짐)2층으로 올라왔을 때, 갤러리에 드리운 햇빛이 인상적이었다. 공간이 참 예쁨
그런데 한편으론 직사광선… 괜찮아? 스러운 부분이 있기도
고개를 들면 보이는 약간 낡은 아파트마저도 꼭 의도된 것만 같다옷장은 저마다 각각 다른 꽃을 품고 다른 이미지를 그려낸다. 때론 밤같고, 때론 풀밭같고, 때론 바람같았다.
흰색 물감의 표현이 신기했던 작품, 마치 안 발린 듯한 느낌 뭔지 알지조용하고 볕이 잘 들던 전시장, 그리고 한 폭의 정원 같던 그림들.
오랜만의 전시구경 첫번째 끝.'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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