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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 - 크로니클스, 롯데뮤지엄전시 2023. 8. 2. 22:10
미술지식, 배경지식 하나 없이 관람하고 개인적인 느낌을 정리하는 포스트입니다.
개인의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감상이 전부인 관계로 읽기전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문제시 내가 또 실수를,,,이번엔 헷갈리는 일 없이 직진했다 롯데뮤지엄 음하하 (이상 저번에 와서 한시간동안 전시회장만 찾다 터덜터덜 돌아간 먼지양)
쉬는날 잠실은 정말 사람이 많다. 이번에도 전시장 들어가는데 인트로부터 사람들이 한가득,프랑스 출신 ‘익명의’ 아티스트.
뜬금없지만 그게 궁금했다. 우리나라처럼 주민등록과 실명인증이 필수인 나라에서 과연 ‘이사람의 얼굴은 보이지만, 본명과 과거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는 게 가능할까…?
원래는 그래피티를 하다가 우연히 지하철에 떨어져있던 카메라를 주운 것을 계기로 사진을 시작했다.
이런 걸 보면 운명이란 존재하는구나, 그리고 누구나 저마다의 로맨틱한 시작을 가지고 있구나… 싶어진다.그의 첫번째 작품이자 프로젝트 ‘거리 전시회’.
동료들의 그래피티를 촬영, 인쇄해서 길거리에 붙인다. 그래피티 자체가 길거리에 하는 건데 그걸 또 길거리에 붙였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프로젝트의 완성은 그래피티 스프레이로 만든 ‘액자’에 있는 것 같음
액자에 담아냄으로서 저 사진이 그냥 벽과 다른 하나의 작품으로 구분되는 동시에, 좀 오버 보태면 정규예술로서의 품격 (ㅋㅋ) 그런 걸 패러디했다고 생각함
작업장면을 영상으로 남겨놓았는데, 하이디 전시회도 그렇고 예술가들에게 작업장면은 결과물 이상의 의미를 주는 것 같음두번째 코너이자 첫번째 공공프로젝트 <세대의 초상>.
들어오자마자 나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커다란 사진에 압도당했다.
임대주택 단지 (아마 꽤나 허름한 동네일 것 같다) 근처에 살고있는 청년들의 얼굴을 촬영해 이름과 함께 전시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카메라에 찍히는 얼굴과 표정은 청년들의 마음대로. 이 점은 그의 앞으로의 프로젝트에서도 반복되는 내용인데
사진을 찍는사람이 보고자하는 모습이 아닌, 모델로서의 ‘나’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어안렌즈를 사용해 읽는 사람이 사진을 왜곡하기 전에 본인이 먼저 왜곡해버렸다)
저 길을 지나는 나를 상상해봤다.
길거리에 붙어있는 누군가의 얼굴, 그리고 이름. 이 허름한 동네를 살아가고 있는 건 누군지, 이 동네(세상)의 진짜 주인공이 누군지 확실히 깨달을 듯.
두 번째 공공 프로젝트 <페이스 투 페이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 사는 같은 직업의 사람들을 나란히 걸어놓았다.
인종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문화권도 비슷하다, 결론적으로 사진만 봐선 큰 차이가 없다. 고로 싸울 이유도 없다.
아주 당연하지만 인상깊은 메세지를 작가는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노인의 주름>
우리나라로 치먼 625전쟁이나 518민주항쟁같은 큰 사건을 직접 겪어온 노인층을 촬영해 그 장소에 게시했다,
역사의 증거가 바로 여기 살아있다.<여성은 영웅이다>.
청년, 노년, 그리고 여성이 오는 건 당연한 수순같긴 한데 사실 프로젝트 설명을 읽으면서 뭔가 여성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서 ‘왜 화자를 여성으로 두었나?’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며 전시를 봤다.
내가 받아들인 해석은 ”여성이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었다.
사회적 약자의 눈과 입을 빌려 사회에 메세지를 던진다. 가득권층은 그 충격이 더욱 클 것이고 기득권층이 아니어도 모른 체 하고 있는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느낄 것이다.
사진촬영에 참가하신 분은 ‘남자보다 처벌도 약하게 받을 것이니까 이로인한 처벌도 감내할 수 있다’는 식의 말을 하기도 했다.제이알의 프로젝트는 무엇보다도 현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모델에게 상당히 많은 자율성을 주기도 하고, 사회적 메세지를 담고 있는 만큼 요즘 유행하는 감성증사 찍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겠지…
여러나라를 오가면서 현지인들에게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부터가 그가 가진 능력의 한 조각인듯.<연대기> 시리즈.
구성의 큰 틀은 똑같다. 해당 연대기를 이루는 사람들의 모습을 모아 큰 콜라주로 탄생시키는 것.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입체감을 부여한 점이 색달랐음
지금까지도 진행중인 <인사이드 아웃>.
지역 사회의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을 모아 게시하는 방식이다.
이 작업의 가장 독특한 점은 더이상 제이알 하나의 작품만이 아니라는 것. 누구나 인사이드 아웃에 스스로 참여해서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루브르와 교도소에서 진행된 프로젝트
개인적으로 교도소에서의 작업물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모두가 어깨를 맞대고 모여서 연대하는 이미지도 그렇고, 울타리 너머로 자연을 보여주는 효과 (그런데 흑백 처리함으로서 절대 사실적이지만은 않게 하는 것까지) 도.
미국과 멕시코의 경계로 어린아이의 눈을 설치하고,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한다.
아이의 눈은 말한다. 이 어이없는 선, 울타리 하나가 얼마나 무력한지를.
이 주변으로 다 똑같이 모여서 밥을 먹고 웃고 떠드는 건 똑같은데 굳이 선을 그을 필요가 있는가.
인상깊었던 점 1.
예술이 사회와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가... 어린 시절 그러니까 고등학교때 토론 시간 이후로 이 질문은 나에게 오랜 고민을 주고 있다.
예술은 예술 그 자체로만 보고 싶다. 사실 내가 가진 입장은 이쪽에 가까운데 이번 전시를 보면서,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인상깊었던 점 2.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순간 가장 고수했던 것, 그러니까 모델이 스스로 보여주고자 하는 표정을 촬영하는것에 이어 이젠 누구나 작가의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여는 것까지
작가는 전세계인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예술가가 될 수 있게끔 지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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