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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 (2021)
    도서 2023. 11. 9. 19:42
    스포주의
    오독난독주의
    영양가없음주의
    딱히찾는내용없음주의

     

     
     
    맨 처음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든 게, 지금 찾아보니까 8월 17일이다, 아마 기억상 합정역인가에서 친구 기다리면서 읽었던 것 같음
    그때 만난 이 책이 생각보다 흥미진진해서, 언젠가 책을 봐야 한다면 이걸 읽어봐야지 하다가 9월에 이사하면서 첫 장을 열었다. 11월 초에 와서야 마지막 장을 읽은 걸 생각하면 정말 오래 걸리긴 했다. ^^;
     
    책이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저 사진속 문장.
    유튜브도 1.25배속으로 보는 시대에 책이라는 매체가 살아남으려면 최대한 간결하게, 알기 쉽게, 자극적이게 쳐내야 한다. 그런 인스턴트 글읽기에 모르는 새 익숙해져 있던 나도 오랜만에 책다운 책을 읽으니 눈앞이 핑핑 돌아버리겠지 싶어서 좀 반성했다.
    그런데 옛날 사람들에게 책이란, 단숨에 확 읽어버리고 책장을 닫기엔 너무 아까운 물건이라서, 한줄한줄 정성스레 읽고 감정을 곱씹어 볼 시간이 필요했기에 고전 문학이 그렇게 쓰여진 것이라는 해설을 읽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요즘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면서 느끼는건데, 물질의 풍요는 오히려 세상을 빈곤하게 만드는 것 같다.

    책은 네가지 독일 문학을 소개하면서, 이 문학의 재미 요소가 어디 있는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고통, 호프만의 672번째 밤의 동화, 그리고 카프카의 변신.

    전시회 구경을 다니면서 몇번 느낀 거지만, 활동한 지역으로 장르를 묶는 건 사실 그렇게 두드러지는 특징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위의 네개 작품도 다 제각각이라 독일 문학은 특별이 어떻다. 라고 할 만한 공통점은 없었지만 문학 속에서 시대상을 읽을 수 있었던 건 굉장히 흥미로웠음

    각 문학을 한줄로 정리해보자면
    1. 데미안 : '신'에게서 '인간'으로 세상 중심의 변화가 일어나던 시대상 반영
    2. 베르터 :  작가가 '잉크노예' 따위로 불리던 시대에 문학의 가치를 일깨워줌
    3. 672 : '죽어가는 것들', '생명력을 잃어가는 것들'에 대한 사랑, 유미주의
    4. 변신 : 대량 생산과 인간 소외

    새들 키우는데도 윙컷이 대세인 때가 있고 자연 그대로 키우는 게 대세일  때가 있다고 한다. 인간의 사상은, 그리고 유행은 언제나 변한다.
    위 작품이 모두 그런 사상의 과도기에 나온 작품인지라 어느 한 성질에 극단적으로 스탯을 쏟아부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음 ㅎ

    데미안의 경우 (소설에 나오는 부분이지만) 신에 의해 관리되는 밝은 세계를 벗어나 나 자신을 찾다못해 아브락사스라는 또다른 신이 되고자 하는 내용이었고 (주: 실제 내용은 이와 다릅니다. 제가 그냥 편하게 쓰려고 극단적으로 설명한 거십니다)
    베르터는 이성으로 표현되는 계몽주의 캐릭터 알베르토와 감성적 베르터 사이의 색채 대비가 인상적이다.

    유미주의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개념인데 여러모로 재미있는 특징이 많다.
    1. 사물이나 사건의 본질적 성격, 목적보다 그것의 미적가치를 더 중요시하게 생각함
    2. 다시 말해 인스타용 음식 시켜놓고 그걸 먹는 순간 음식의 미적가치가 사라져서 먹을수가 없게 되는... 음식이 음식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3. 그만큼 삶에 제약이 많다. 당연함 삶은 아름답게만 살 수 없음
    4. 그래서 필연적으로 멜랑콜리가 동반된다.
    5. 결국 '병든 모든 것들', '죽어가는 것들', '생명력을 잃어가는 것들'에 대한 사랑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변신의 해설에선 이 구절이 인상깊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반복적으로 재료를 구입하거나 가공만 할 뿐, 생산 과정 전체에도, 최종적으로 생산된 상품에도 관여하지 못한다. 대량생산 과정에서 인간은 생산 과정의 단 한 순간에만 관여하며,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와 결과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즉 생산결과로부터 단절되고 소외된 상태에서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부품화를 이렇게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다니요...  

    인상적인 문구 하나만 더 남기고 대충 마무리해야지
    '우리가 얼마나 오해를 했든, 데미안이 우리에게 남겨준 감동과 위안은 언제나 옳다'.
    나는 워낙에 의미부여를 암데나 하는 습관이 있어서, 심지어 2차창작물 읽을 때마저도 뇌절을 하는데
    내가 얼마나 오해를 하던간에 한 작품을 통해 감동을 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고 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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