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인간실격 (1948)
    도서 2023. 12. 1. 17:05
    스포주의
    오독난독주의
    영양가없음주의
    딱히찾는내용없음주의



    그… 나라 사람들의 성격 형성 과정에 ‘사방이 바다로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겨도 도망칠 길이 없어 속으로 칼을 숨기게 됐다’는 설이 있다.
    한 나라 국민들의 성격을 함부로 일반화해도 되는지, 거기에 저렇게 신빙성없는 이야기를 기원이라고 냅다 붙여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떠올린 장면은 ‘어느 길로 달려나가도 도망칠 곳 없는’ 그런 사람의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 주인공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주변이 원하는 대로 자신을 최대한 꾸며내는 것이었다.
    때론 익살스러운 ’인싸‘가, 때론 바보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망충이가, 때론 아버지 수첩에 갖고 싶은 장난감을 몰래 적어놓는 귀여운 아들이 되는 일들 말이다.
    자신의 진짜 속마음과는 상관없이 주변인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썼고, 그러는 사이 다친 마음은 굳게 닫힌 채 아무에게도 상처를 보여주지 않게끔 자랐다.

    그런 주인공에게 자유가 생긴 이후, 정확히는 눈치 볼 존재가 사라진 이후엔 그는 빠른 속도로 망가진다.
    친구에게 호구잡혀 술을 마시러 다니거나, 자살을 시도하거나, 여자친구 집에 얹혀 살면서 변태 만화나 그리며… 스스로도 이런 자신에게 모멸감을 느끼지만 결국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그런 도전과 밑바닥까지의 실패를 몇번이고 반복한 그는, 결국 인간의 자격을 박탈당한 채 정신병원에 가고 만다.

    인간으로서의 증명.
    ‘변신’을 읽으면서 인간이 인간답기 위한 자격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본 일이 있다.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가 원했던 것? 꾸밈없는 자신 모습 그대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자 했다. 이것이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의 모습과도 같지 않나 생각해본다.
    매일 피곤하게 전차를 타고 다니며, 상사의 잔소리와 실적 압박을 느끼는… 자신의 내면과는 하등 상관없는 일을 하는 사회인 그레고르가 요조가 꾸며낸 광대의 모습이라면
    토나오는 몸을 가진 벌레는 우울한 그림을 그리는 요조의 본질에 비교할 수 있다. 결국 양쪽 모두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단 점 마저도 비슷하다.

    인간의 본질,이란 점에서는 ‘데미안’도 생각났다.
    정확한 분류는 아니지만 ‘선’의 세상에서 태어나 ‘악’을 보았고, 그로 인해 ‘선’의 세계에 스며들 수 없는 존재. - 아마 선과 악보다는 좋은 단어가 있을 것 같은데 당장 생각이 나질 않네
    아무튼 데미안에서는 나와 비슷한 내면을 가진 이, 즉 ‘데미안’이 나타나 나의 마음의 번뇌에 해답을 주고 그의 미래를 이끌어간다면
    인간실격에선 ‘타케이치’를 통해 그 역할을 어느정도 수행하는 듯 하지만 너무 일찍 헤어진 탓에, 주인공 요조는 ‘데미안’이 아닌 ‘크로머’와 어울리다 결국 마음의 공허를 채우지 못한 채 이야기가 끝이 난다.

    요조의 이야기에는 ‘고독’이 함께한다. 세상 사람들과 자기 혼자만 동떨어져있다는 고독감. 그런 고독감이 불러온 어느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열망.
    모든 사람이 고독하다고 그런 선택을 내릴 건 아니기 때문에 (난 요조의 인생에 어느정도 스스로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작용했다고 봐) 그가 그럴 수 밖에 없었어… 라고 할 것 까진 없겠지만
    비슷한 마음을, 마음에 크고 작은 고독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몸이 죽는 것보다 더이상 사람들과 어울릴 여지가 없다는, 사회적 죽음이야말로 진짜 비참할 것 같긴 함.


    '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스트 (1947)  (0) 2023.11.23
    변신 (1916)  (0) 2023.11.23
    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 (2021)  (0) 2023.11.09
    데미안 (1919)  (0) 2023.10.19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