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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웨인 - 고양이를 그린 화가, 강동아트센터 아트랑전시 2023. 8. 2. 15:34
미술지식, 배경지식 하나 없이 관람하고 개인적인 느낌을 정리하는 포스트입니다.
개인의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감상이 전부인 관계로 읽기전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문제시 내가 또 실수를,,,고양이는 귀엽다. 전시를 고른 이유는 딱 이거 하나였다.
호불호를 심하게 타서 문제지만 일단 팬층 자체는 강력한, 그래서 오만가지 캐릭터화가 될 만큼 된 이 동물을
나름 세계적 명성을 쌓은 작가적 시선에선 어떻게 풀어냈는지가 궁금했다. 때마침 내가 아는 고양이가 강동구에 살고 있어서 그 생각도 겸사겸사…들어가자마자 본 가장 처음 작품, 고양이가 아니라 올빼미였다.
판화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섬세한 석판화는 어느 전시를 가도 매력적인듯…
작가가 고양이 광인이 되기 전엔 동물을 주로 그렸다고 한다. ”저는 말 못하는 동물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라는 말로 그 이유를 짐작해본다.
작가 소개와 연혁을 먼저 읽었다.
본업은 미술교사였으나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삽화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카메라와 경쟁해야 했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하게 그려야 했고, 그로 인해 양손으로 드로잉하는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고 함. 흥미로웠음.
<새끼 고양이들의 크리스마스 파티>로 하룻밤만에 스타가 됐다고 한다.
근데 또 이 작품의 매력은 사실적 묘사에서 오는 게 아니었어서, 역시 보이는 걸 그대로 찍는 카메라를 이기려면 보이지 않는 걸 그려내야 하는구나 싶기도 하다.
동생의 가정교사, 그리고 10살이나 많은 여성과 사랑에 빠져 결혼 (이거 완전 엠마와 다음 모 웹툰이 생각나는 러브스토리)
바로 이 여성이 권한 ’고양이를 그려보는 게 어때?‘라는 제안으로 이후 고양이의 아버지기 되었고
사실 연혁을 열심히 읽는 편도 아니었는데 이번엔 이상하게 꽤나 열심히 읽었던 게, 사람의 인생이 평탄하지가 않다.
고양이로 스타가 되고 (무슨 고양이 팬클럽 회장도 하심) 우리나라 사람들이 라*언에 환장하는 만큼 그의 고양이들이 사랑받은 것도 맞지만
아내 덕분에 길을 고양이로 길을 찾자마자 아내가 죽고, 계약을 잘못해서 작품 수익도 얼마 못 얻고 2차 아트웍을 위한 투자도 망하고 그로 인해서 마지막은 정신병원 행…
이분이 한국인이었으면 사주좀 보자고 했을 거다, 이렇게 인생의 고저가 뚜렷할수가 없다.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길고양이 피터고양이 말고 강아지 등 다른 동물들을 그리기도 했다.
이쯤에서 ‘눈애 보이는 고양이’를 그대로 복사한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가상의 이데아냥이를 가지고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 그렸다는 걸 알 수 있다.바로 그 고양이의 의인화가 작가의 고양이가 세상에 통하는 계기가 된다.
하긴 요즘이야 툭하면 나오는 게 동물 캐릭터고 걔네들이이러고 있어도 벌로 놀랍지 않다고 하지만, 그당시엔 확실히 새로운 도전이지 않았을까 싶네…
이때도 고양이는 여전히 호불호 쩌는 스탠스에 비혼여성들의 동반냥이었구나.마치 인간이 할 법한 행동과 표정을 하고 있는 고양이들
이 부분을 보면서 작가는 … 말 못하는 동물들을 사랑해서 그림을 그린 게 아니라 자신과 똑같이 말하고 움직이는 친구를 갖고 싶었고,
그래서 동물들을 상상 속에서 그런 존재로 완성시킨게 아닐까 싶어졌다,이거 너무 냥냥라차 재질
피터를 제외하곤 특정 이름이 붙은 캐릭터는 없는 것 같은데
각각의 고양이들은 마치 인간처럼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행동하고 표정짓는다.
이거 너무 귀여웠다.
그림그리는 럿진이와 그에게 나한테도 그림그려달라고 떼쓰는 킷즈들
이부분 읽으면서 진심으로 가슴아팠음…
고양이가 불러온 게 행복이란 이름의 땅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늪이었던 거지…
다른 부분 설명 읽었을 때 몸이 불편해서인지 친구없이 유년기를 보냈다는데
외롭고, 가족들을 책임져야하고, 말없는 동물들을 사랑하는 순수한 예술가가 살기에 이 세상은 너무 비열하고 냉정하다.
세상이 나의 그림을 사랑해주지만 그로 인한 수입은 없고 … 결국 공공재 수준이 되고 났을 땐 아무도 내 그림에 돈을 지불하려하지 않고.
이후의 가계부채 소송이나 투자실패 등은 위의 사건으로 인해 태어난 연쇄작용 같은 거라, 그냥 처음부터 이 사람이 일한 만큼, 사랑받은 만큼 합당한 댓가를 받았다면 이렇게 곤란해졌을까 싶다.
숨만 쉬어도 살아지는 게 삶인데 왜이리 힘든 건지 모르겠어.
결국 정신병동에 갇히고 나서야 모든 압박감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았다는 모순이 있다.
마음의 병조차 영감으로 작용하는 예술가답게 이후 작품은 또 다른 경향성을 띄기 시작한 것도 재미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은 대중의 도움으로 좋은(이라고 해도 되나) 마무리를 할 수 있었으니 작가의 파란만장한 삶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겠지?분명 고양이를 보러 간 건데, 고양이보다도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삶이 너무 기구해서 기대와는 다른 결과값이 나온 기분이다.
하지만 어느 힘든 순간에도 그의 고양이들은 밝고 유쾌하고 귀여웠다.
전시를 보는 건 이런 데서 의미가 있는 듯 해. 그림을 보는 것 뿐만 아니라 어느 누군가의 인생을 알고, 이해하게 된다는 게
이런 서사는 Ai로는 따라할 수 없는 그런 거겠지?'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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