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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디 부어 - 공간은 피막, 아트선재센터
    전시 2023. 5. 31. 16:44

    미술지식, 배경지식 하나 없이 관람하고 개인적인 느낌을 정리하는 포스트입니다.
    개인의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감상이 전부인 관계로 읽기전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문제시 내가 또 실수를,,,

     




    관람동선이 중구난방이다. 진짜 생각이란 걸 단 하나도 하지 않고 냅다 3층 전시관부터 들어가버린 덕분에, 그리고 인파를 피해 2층 전시관으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간 덕분에 극악무도한 관람동선이 만들어졌다.
    이걸 권장 관람순서대로 정리를 할까?생각하다가 그냥 봤을때의 그 기분을 남기고자 (라고 하지만 사실 귀찮은 게 더 큼) 내 흐름 위주로 정리하도록 한다

    아무튼 그래서 3층, 제 2막부터 시작하자면 입구 벽면을 작가의 사진이 거대하게 채우고 있다.
    맨 처음엔 그냥 어… 작가인가보네, 하고 넘어갔는데 전시해설을 읽으니 작가가 실제 그녀의 작품 잠자리옷을 입고 있는 사진이란 걸 알고 신선한 감상을 받았다.








    잠자리옷의 정확한 이름은 ‘잠자리의 욕망’.
    허물을 벗고 날아가는 잠자리처럼 사회적 조건에서 분리되어 날아가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그녀가 실제 작품을 입고있던 벽면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녀의 작품은 단지 전시에서 끝나는 게 아닌 입고, 걷고, 행하는 퍼포먼스를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
    파르케트 잠자리의 부화-에서도 라텍스 보디슈트를 입고 감옥 벽을 스키닝한 결과물을 어깨에 매고, 감옥을 나와 도시 곳곳을 행진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단단하고 견고하며 동시에 끔찍한 것들을 털어내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요즘 말로하면 하이디 부허의 ‘추구미’는 억압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닐까.
    잠자리의 부화하는 컨셉도 그렇고, 라텍스라는 소재 자채가 주는 이미지도 쫀쫀하고 찰싹 달라붙어있어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재질인데 그걸 벗어낸다. 해방을 꿈꾼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많은 작가들이 사회적 질서와 관습에의 반항을 기조로 한 작품을 선보이는데, 혹시 그 반대를 추구하는 작가도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장소를 잠깐 변경해 2층 전시실로 내려옴
    1막의 주제는 ‘공간’이다.
    스키닝 기법(위에서 말할땐 정확히 무슨 기법인지 몰랐는데 아래 내려와서 보니까 뭔지 알겠더라고… 전시동선을 지맘대로 하면 이런 불상사가 생깁니다)을 활용해 공간을 카피했다.
    그녀가 카피한 공간은 아버지의 서재, 정신과 의사의 진찰실 등 가부장적인 공간. 여성을 위한 공간은 소프트 오브젝트(앞치마나 이불, 베개 등)에 담아냈다.






    라텍스 바른 천을 건축벽면에 붙이고, 그게 어느정도 굳었다 싶으면 떼어내는 과정은 결코 쉬워보이지 않는다. 열심히 달려들고 애를 써야 뜯어져나오는 건물의 피부
    그 공간과 씨름하는 작가의 모습 자체가 예술같았다. 가부장제의 권위주의에 맞서 싸우는 행위예술
    그래서 그런지 그녀가 뜯어낸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녀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건물의 ‘피부’가 아닌 그 건물에 담긴 의미이자 공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Soft object









    다시 위로 올라와서, 아들들과 함께한 작품의 의상(?)
    기획단계의 자료도 같이 전시를 해둔 덕분에, 이 의상 하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었음





    위에서도 썼던 말이지만, 작가의 작품은 단지 전시에서 다 끝난 것이 아니라, 입고 돌아다니며 내보여야만 완성되는 듯 하다.
    어린 아이들 대상으로 실제 입어보는 체험도 하던데 위의 의미에서 좋다고 생각했다.





     


    아래에서 다시 나올 랜딩스 투 웨어와 그의 기획으로 보이는 드로잉





    그녀의 이력을 올려둔 코너가 있는데, 원래 이런 부분은 마치 성경말씀에서 누가 누굴 낳았고 하는 이야기를 읽듯이 대충 한눈으로 읽고 넘어가지만 이번엔 꽤나 유심히 읽었다.
    왜냐면 작가의 삶이 꽤나 신선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막 엄청 삶이 고되셨겠다. 이런 건 아닌데
    일단 시작이 재봉사셨던게 좀 눈에 띄었음.
    어쩌다보니 직무를 바꿔바꿔 정착한 나라서 그런가, 작가의 재봉사 시절이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설계한 계획의 일부였는지 아니면 어쩌다보니 흘러흘러 아티스트가 된 건지 궁금해짐
    일단 그 이유가 어느쪽이던 간에 그녀의 작품에 ‘의복‘이라는 요소가 강하게 들어간 건 이런 과거 경력의 영향이지 않을까 싶긴 함






    그러다가 잠시 재봉사의 길 대신 보모로 일하던 시기도 있었고 (사진은 그 기간 중 작업햤다는 누드 드로잉)
    실크 콜라주 및 텍스타일 작품 작업 위주로 작업을 하다가 결혼해서 아들 둘을 낳고 캐나다로 이주,






    (당시) 남편 칼 부허의 미래적 조각디자인을 보고 랜딩스 투 웨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신기하다 그녀의 초기 작품은 보다 단순하고 평면적인 작업이었는데, 이 시기를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입체 그리고 퍼포먼스가 담긴 예술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또 물을 사랑했다.
    아직 ddp 전시 감상을 못 쓰긴 했는데 거기서도 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거든.. 둘 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물의 속성’을 두고 영감을 받아 작품을 전개한 게 신기했음
    작가는 변화라는 키워드가 결국 억업과 차별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는데, 이걸 수채화 드로잉과 액체 라텍스로 표현했다.
    특히 액체 라텍스는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던 소재라 더 인상깊었음






    그냥 장면이 너무 멋있었던 사진
    분명 뜯어낸 건 가죽뿐인데 저 안이 가득 차있는 것 같다. 그순간의 공기와 분위기로









     


    여담으로 전시장 곳곳의 뷰가 너무 예뻤다네요





     


    한참 늦었지만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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