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사에 관하여, 대학로아트센터공연 2023. 2. 11. 20:37
스포 ⭕ 헛소리 ⭕
개인의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감상이 전부인 관계로 읽기전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문제시 내가 또 실수를,,,이번이 두번째 관극이다. 그런데 처음 보는 것처럼 봤다.
(사실 처음 본다 말해도 되는게 처음 봤을 땐 거의 공연 반을 잤음... 짱이지...)
얼레벌레 두번째 관극이니만큼 사실 큰 기대는 없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봤다. 마지막엔 눈물도 좀 닦았다.
그런데 이렇게 재밌게 보게 된 거엔 내가 관극의 중심을 발렌티노/자코모 쪽이 아니라 다빈치에 둬서, 스토리가 좀 더 와닿은 덕분이지 않을까 싶음.
이하는 생각나는대로 써보는 감상 몇가지
1. 발렌티노-자코모
비록 둘은 같은 무대에 서는 일이 없지만 (당연함... 1인2역임) 극을 이끌어가는데 가장 메인이 되는 관계다.
실수로 다빈치대신 자코모에게 자기 모습을 드러낸 루카와 달리, 자코모에게 나타나고 싶어도 나타날 수 없어 그림에 담겨서라도 자신의 모습을 전하고 싶은 발렌티노의 마음은 제법 애틋해서 눈가를 촉촉하게 한다.
하지만 사실 개연성 부분에선 좀... 뮤지컬적 허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지 않았나 싶기도 함. 알고보니 자코모가 아니라 자코미나였던 점이라던가, 자코미나의 시력이 흐려지는 걸 알면서 템페라를 제안한 발렌티노라던가.
2. 다빈치 그림 속 천사
- 자코모가 다빈치 선생님 그림 속 천사와 자기 눈 앞의 천사(루카)를 비교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자코모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천사의 모습이란 선생님이 그려낸 천사다.
그런데 다빈치는 사실 자코모를 보며 천사를 그렸다.
- 다빈치의 모나리자 그림을 보며 발렌티노는 '이것은 자코미나다', 루카는 '아니 발렌티노다' 아웅다웅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사실 극을 보며 자코모의 존재를 '발렌티노와 그의 연인 사이의 아이'정도로 생각을 했어서 오... 하긴 부녀이니까. 이렇게 정리했었는데
극이 다 끝나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다보니 ↑ 이런 식으로 생각한 건 나밖에 없었다는 걸 알았다(...) 친구들은 자코미나를 그녀의 영혼을 담고 있는 환생 정도로 생각했고, 사실 시간흐름상 그게 맞기도 함
그런데 그 그림이 발렌티노와 자코미나를 오간다는 점이 좀 진한 연을 느끼게 한다 해야하나... 그래가지구 나의 사라진 해석이 아쉬워 여기 좀 남겨봅니다
3. 다빈치와 그림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깊었던 인물 다빈치.
매일같이 '그림은 참 어려워' 노래를 부르며 호시탐탐 이직을 노리는 그는 언뜻보면 이시대의 K- 직장인이다. 하지만 직장인 나보다도 K-팝하는 내가 더 겹쳐져 보이는 이유는, 그는 그림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림을 통해 자신의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열정이 있기 때문이겠지
다빈치는 신께 기도한다.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천사 하나를, 흰 새 하나를 보내달라고. 여기서 말하는 천사는 누가봐도 루카를 의도한 거였는데 알고보면 천사는 발렌티노, 흰 새가 루카였다는 하나님 아버지의 큰 뜻도 제법 감동적이다.
루카는 작품을 지켰고, 다빈치는 기도한 대로 그림을 그렸다. 발렌티노는 자코미나에게 자신의 존재를 전하려는 노력이나마 할 수 있게 됐다.
자코모 너는 행복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