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호 - 3분의 행복, 서울시립미술관
미술지식, 배경지식 하나 없이 관람하고 개인적인 느낌을 정리하는 포스트입니다.
개인의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감상이 전부인 관계로 읽기전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문제시 내가 또 실수를,,,
3분의 행복. 사실 맨 처음 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컵라면에 물부어놓고 기다리는 시간이다.
물론 그런 뜻이 아닐 건 알지만 쉽게 지나치지는 못하는 제목이기에 들려보았다.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작가가 말하는 3분의 행복과, 그 행복을 느끼는 방법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작가가 말하는 3분의 행복은 몸에서 힘 빼기부터 시작하는 듯하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 의미도 담지 않는 것.
대충 그렇게 생각하며 그림으로 눈을 옮겼는데,
#mood
정말 전시회장을 가득히 채운 엉덩이...혹은 가랑이의 습격
그런데 사실, 이게 반드시 특정 부위만 고집하는 건 아니고 다른 부분도 곧잘 나타난다.
작품 옆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이미지들이 작업방식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인간의 전체 이미지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마스킹 처리하고, 남은 부분을 확대해 그림으로 옮긴다.
여기까지 보면서, '그림은 단지 보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이 생각났다.
사실 나도 너무 엉덩이 가까이 있는 거 아니냐고 드립을 쳤지만서도, 보통 '가슴만 그린다' '엉덩이만 그린다'고 하면 느껴지는 그런 바이브...
어딘가 오해할 것 같은 느낌 그런 것들이 작품에선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눈에 보이는 그대로만 담았구나 싶은 담백함이 있다.
전체 이미지를 보면 모를까 이따만큼 크롭된 장면에서는 뭔가 더 큰 의미를 찾기도 힘들다.
뒤늦게서야 생각해보면 이 전시회를 통해 바로 그, 그림에서 의미찾는 행위를 멈추기. 뇌에서 힘 빼기를 경험하지 않았나 싶다.
그림을 보면서 머리를 비우는 이 시간이 3분의 행복이라고 말하는 건 아닐까? 조금 초월해석같긴 한데 그렇게 정리해본다.
계속 곱씹어보게 만드는 문구
오히려 한국어보다 영어 해석이 더 깔끔하게 느껴지는데, 이걸 또 머릿속에서 정리해내는 건 꽤나 어렵네...
가구 수집에 조예가 깊었던 작가의 소장가구도 볼 수 있었다.
바우하우스 풍의 독특한 가구들.
뭔가 시리즈를 맞춰 통일감을 줬다기보단 어디서 예쁜 테이블 하나, 어디서 예쁜 책상 하나. 이렇게 차곡차곡 들여온 것 같은 저마다의 개성이 있다.
소장용이 아니라 실생활에 직접 놓고 사용했다고... 여기까지 쓰고 나니 이번에 본 나 ** 산다 프로그램이 생각남
반지하 월셋방을 차근차근 예쁘게 꾸며가며 자신의 마음을 가꾸는 (me-time을 가지는) 배우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마 작가도 비슷한 느낌이지 않았을까? 마음에 드는 가구로 집을 채우고 꾸며나가면서 자신의 생활을 충실히 만드는.
아마 작품으로 남았을 이미지 크롭도 여럿 붙어 있었다.
작가가 여러번 활용한 큐브 소재
전시관을 옮겨가면 3장이 나오는데, '한가로이 거닌다', '산책'이라는 키워드가 메인이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1층에서 본 자유낙하 전시도 일종의 정원을 산책하는 분위기... 그런 거였단말이지
그런데 1층 전시에서의 전시구조와 이번 전시에서의 전시구조는 정반대에 가깝다. 같은 산책 다른 배치.
어떻게 그림을 봐야 하나... 생각하며 길을 지나고 있는데 문득 저 멀리서 보이는 문구가 마음에 남았다.
'무작정 길을 따라가 봅니다.'
이 문구를 보고 그냥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걸어보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기만 했다.
산책길 내내 이미지가 끊임없이 눈에 담긴다. 그런데 제목이 뚜렷하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림에서 뭔가 극단적인 감정이 보이지도 않는다. 맨 처음 보았던 인체 크롭도 많고.
그땐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길을 걸으면서 그림의 의미를 찾기보단 그냥 보고, 비우고, 지나가는 과정이 중요했던 것 같다.
그렇게 치면 나는 꽤나 바람직한 관람방식을 가지고 본 걸 지도.
기나긴 산책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