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1/21 오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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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2025년 3월이 아니고 시야가 온통 하얀 동네에 내려있었다
패스트트랙 준비하면 빨리 갈 수 있다고 한 거 누구임? 심사때 시간이 30초 빨라질 수는 있겠지만 그 심사대까지 가는 시간은 빠르게 해주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입국수속 밟는것만 2시간 걸린듯^^

원래는 삿포로 시내까지 나간 뒤 거기서 밥먹을 예정이었으나 입국심사에 너무 진을 뺀 나머지 공항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신치토세 국제선 터미널은 정~말 뭐가 없어서 무조건, 국내선 터미널로 나가야한다. (어차피 JR 타는 곳도 국내선 쪽에 있어서 강제로 오긴해야함)
너무 힘들어한 일행때문에 메뉴를 잘 살펴볼 생각도 못하고 식당가 들어오자마자 제일 앞에 보이는 라멘골목에 갔다.
입구쪽의 이치* 소바인지 우동인지가 제일 유명한 모양인데 사람들이 너무 많고 피곤해서 pass
텅빈 눈으로 라멘골목 안을 누비다가 어느 가게 (유키...유키 뭐더라) 테이블은 다인석을 제공해서 거기로 가기로 했다.
그래도 여긴 점원이 친절해서 좋았음. 귀국길에 갔던 소바집에 비교하면
내가 시킨 건 아카이 어쩌구저쩌구. 주문받을 때부터 노 스파이시! no spicy! 하고 말해주시긴 했는데 나는 그래도 기본적으로 칼칼한? 매운국물일줄 알았지 실제론 그냥 갈색 간장라멘이었다. 이건 내 실수.. 털썩

북해도 명물이라는 메론아이스크림도 먹어주구
메로나맛

쾌속 에어포트 타고 오타루 도착
분명 지정석이 있다고 했는데 어? 예매할때 왜 지정석이 안 보이지?
시간이 얼마 없어 급하게 예매했더니 자유석으로 끊긴 거다. 덕분에 못앉는줄 알고 조금 울 뻔 했으나 다행히도 치토세 근방에서 빈자리가 나서 그나마 편하게 왔다.


사실 공항에서는 뭔가 외국 온 것도 못 느끼겠고 헤에... 그냥 서울같네 이러고 있었는데
오타루 역사 밖으로 나오니까 비로소 외국 왔구나 싶어졌다. 이국적인 건물 이런것보다도 엄청난 양의 눈 덕분에

나무들이 무너지지 말라고 지지대를 걸어주는데 그게 꼭 트리처럼 보인다



저녁은 뭘 먹지... 하다가 근처 회전초밥집이 있어서 그리로 갔다. 와라쿠
그런데 내가 일본어 회화가 되는 거랑 우럭을 일본어로 어떻게 쓰는건지 아는거랑은 아주 큰 능력차이가 있다...
컨베이어 벨트에 돌아다니는 건 튀김이나 말이같은 기본적인 메뉴였고 좀 더 생선스러운 걸 먹으려면 수기로 주문을 해야했는데
일어+한자로 가득찬 메뉴판을 보고있으면 눈앞이 조금 아득해진다
영어 메뉴판도 있는 것 같은데 어차피 영어로 봐도 우럭이 뭔지 모를테니까 그냥 관둠
그래도 근처 초밥집에 비해 값도 저렴하고, 먹고 싶은 것만 골라 먹고, 점원이 친절했던 것까지 봤을때 무척 괜찮은 가게였다
까다로운 일행도 만족했던 식사


운하도 구경하고 편의점도 들리고
뒷쪽에 본 쪽이 좀더 경치가 좋았음


돌아오는 길에 슬슬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눈에 냅다 눕기 <도 해봤는데 이게 오랜 역사동안 뭉쳐진 눈이다보니 그렇게 생각했던 것만큼 폭 들어가진 않음 ㅎ



는..? 그렇게 일찍 자고 일어나니 온세상이 눈밭이에요
전날도 눈이 많긴 했는데 눈 쌓인 흔적이 많다지 많이 내린다는 인상은 아니었거든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흰색 100프로의 세상을 보고 진짜 놀랐다
창밖으로 보이는 제설기기의 향연

일단 전날 편의점에서 산 푸딩을 먹고


본격 오타루 관광길을 떠난다
동네가 작고 소중해서 마치 장난감 마을에 들어와있는 느낌


기타이치 유리공방에서 내 최애 빵꿀즈도 봄
아빠 선물로 드릴 술병도 삼
그거랑은 별개로 옛날엔 이곳의 감성이 정말 좋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좀 다르다

근데 놀라운 건 선물 사고 나오니까 문자그대로 눈보라가 치고있었음
와 대박 이걸 살아서 걸어갈 수 있냐????



반쯤 눈 피하는 심정으로 오르골당에 갔다
아기자기한 오르골 소리
그런데 안까지 구경 다 하고 밖으로 나오는 길에 무심코 돌려본 오르골에서
너무 익숙한 꽃.남 ost 가 흘러나와서 애틋해졌다고 함...
시간이 흐르고 내 취향은 달라진 지금까지도 그 노래는 명곡이라고 생각

르타오 본점에도 갔다
워낙에 사람 많다고 소문난 곳이라 자리가 없으면 어떡하지? 했는데 10시 반쯤인가에 갔더니 한가했다
물론 나올 땐 대기줄까지 생겨있었지만



물맛은 좀 너무 소독약 냄새가 나서 거의 입에도 안 댔고, 커피랑 케이크는 그냥저냥 카페 느낌이었다
막 와앗!! 대박!!! 줄서서 먹어야지!!! 는 아니었음

근데 좀 신기했던 건 몽블랑을 시켰더니 즉석에서 몽블랑 만드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신다
심지어 저 밤 페이스트리?가 진짜 문자그대로의 밤 맛.이라 또 맛있었음 ㅋㅋㅋ


여기도 눈 저기도 눈
속눈썹 위에 눈이 내려앉는 경험을 하면서 영차영차 길을 갔다



그다음 방문한 곳은 스테인드글라스 전시관
하... 솔직히 이번 여행 거의 다 맛있고 거의 다 재밌었는데 유일하게 뜯어말리고 싶은 곳이 있다면 바로 여기임
자연광이 샤악 내리쬐면서 느껴지는 경건함 그런걸 바랐는데 그런것도 전혀 없고 (물론 어쩔수없다는걸 이해하지만)
나는 예술적인 영감을 원했던 건데 예술보다는 종교에 초점이 맞춰져있었음
그냥 공짜로 봤다고하면 오오 좋네 여기 이랬을텐데 여길 천엔이나 주고? 왔다 생각하니 좀 돈아까움 따쉬
심지어 내가 가자고 한 거라 그냥 조용히... 보고나왔다고 한다

그렇게 오타루 구경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