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리자벳과 나 (2023)

우모 2023. 12. 16. 21:16
스포주의
오독난독주의
영양가없음주의
딱히찾는내용없음주의

 

 

 

 

살다살다 트위터 광고계가 돈받고 바이럴 태우는 영화를 보러가네 내가… 되게 엥스러운 홍보방식이었지만 그래도 그 덕에 제가 이 영화를 알고 보러갈 수 있었습니다.


늙고 나이들고 딱히 예쁘거나 기품이 넘치는 것도 아닌, 세상이 생각하는 노처녀의 모든 특징을 가진 ‘이르마’는 결혼도, 수도원도 가기 싫은 나머지 황실에 들어가겠다는 결심을 한다.
단상 위에 올라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품평당하는 굴욕적인 오디션을 거친 그녀에게 주어진 합격 목걸이.

면접을 앞둔 와중에도 그녀에게 주먹을 날리는 어머니를 벗어나 도착한 그리스의 별궁은 그야말로 별세계였다.

 

도착하자마자 물도 안 주고 냅다 구두 신은 채로 달리기를 시키거나,

일본풍(일본사람도 이렇게 안입을 것 같은데)이라 소개되는 저들만의 양식을 갖춘 옷을 입게 한다.

남성 및 못생겨지는 것에 대한 혐오가 은연중에 깔려있다. 자기 전엔 코*인을 털어 마시면 살 빼는데 도움이 될 거라 추천해주기도 한다.

엘리자벳의 한밤 중 먹토파티를 본 이르마는 코*인을 땅에 내다 버리는 것으로 이곳의 룰에 불응하는듯 해 보이나? 둘다 자유를 사랑하고 남자에게 속박된 삶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느끼고 찐.친이 되면서 체제에 완벽적응, 하게 되었다.

 

1. 이르마는 황후를 사랑했을까?

알고보면 사미녀 기질이 다분한 엘리자벳에게 몇번의 내적 배신을 당하는 이르마는 그녀에게 지켜주겠노라 말한 '자유'를 자기 손으로 빼앗는다. 사랑을 뺏긴 탓일까 최측근으로서의 입지를 뺏긴 탓일까. 두가지 개념이 아예 다른 건 아니라 사실 둘 다라고 해도 말은 될 거다.

 

이르마가 황후의 신뢰를 얻었음을 편지에 자랑스럽게 써내려가는 장면을 보면, 이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인정욕구의 실현을 황후를 통해 해내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구나 싶어진다.

타인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르마와 그녀의 엄마는 똑같은 사람이다.

 

2. 황후의 비틀린 세계

위에 썼듯이 이르마와 황후가 원하던 그리스 생활은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감각을 가지고 있다. 먹*와 프**나, 패션레* 속에 숨겨진 남*새 본능, 불법약물, 점술 등 바깥 사람의 시각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개인적으로 이 비틀린 세계가 너무 구트현엑, 바로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보게 된 그 소셜네트워크를 생각나게 해서 좀 웃기고 그랬음 감독샘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어딘가 비정상적인 세계, 그 속에 있는 나는 이게 진짜 자유이자 내 삶의 가치관이라 생각하고 그 안에선 더할 나위 없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지만 ... 사실은 날개를 하나씩 꺾어가고 있던 중이었을지도?

 

3. 피터 본 칸트 그리고 리플리

'어느 마음이 가벼운 누군가'의 사랑을 갈망하는 소재에서 위의 두 영화가 생각이 났다.

한때는 그 사랑이 나의 것이었는데 ... 결국 외로운 짝사랑은 어느 하나를 망쳐놓고 나서야 끝이 나는 듯 하다.